[법률] 톡톡! 법률 용어

드라마 나쁜엄마 속 행정법적 분석과 적용(행정쟁송법을 중심으로)

효PD 2023. 6. 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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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먼저 드라마 「나쁜 엄마」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드라마 「나쁜 엄마」는 얼마 전에 종방한 드라마로, 남편을 일찍 떠나보낸 엄마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작은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80년대, 돼지농장을 운영하던 최해식은 아내 진영순과 결혼하여 막 신혼살림을 시작하였으나, 의문의 철거업체 사장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게 되고, 그렇게 홀로 아들 최강호를 낳은 진영순은 아들이 억울하게 죽은 남편처럼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독하게 공부시켰고, 그렇게 최강호는 엘리트 검사가 되었다. 하지만 최강호는 누군가의 살인교사로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목숨은 부지하였으나 7살짜리 어린아이의 정신연령 수준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엄마 진영순은 강호를 집으로 데려와 지극정성 간호하였고,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가르치게 된다.

 

  위의 내용이 드라마 「나쁜 엄마」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여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엄마와 아들의 평범한 삶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드라마에는 행정법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들어있다. 행정법 이라는 학문이 우리의 삶과 워낙 가까이 있고, 수많은 드라마들이 우리의 삶을 토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떠한 드라마든지 한 장면 한 장면을 바라본다면 특정 행정작용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드라마 「나쁜 엄마」가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이기에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고, 탐구의 목적에 걸맞게 드라마를 행정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하였다. 그렇게 드라마를 보면서 몇가지 행정쟁송법적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번 탐구를 통해 그 부분들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더 나아가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범위를 넘어서서 사안에 대해 더 다룰 수 있는 추가적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하였고, 그렇게 탐구하게 된 내용 또한 이 글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Ⅱ. 돼지농장 돼지들의 살처분의 적법성과 구제수단

첫번째 사례

  먼저 첫번째 사례를 살펴보자. 조우리 마을의 염소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여 근방에 있었던 강호네 돼지농장의 돼지들까지도 살처분 대상이 된 것이다. 강호엄마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사육을 하여 강호네 돼지농장의 돼지들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가축전염범 예방법」 제20조의 살처분 명령에 의하여, 구제역이 발생한 곳을 중심으로 3km 내에 있던 다른 가축들도 모두 살처분을 해야 했기 때문에 강호네 돼지농장의 돼지들 또한 모조리 살처분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드라마에서는 근처 염소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하얀 옷으로 무장한 가축방역관들이 갑작스럽게 돼지농장에 들이닥쳐 살처분을 강행한다. 강호 엄마는 어떠한 손을 쓸 틈새 없이 돼지들이 살처분 당하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Ⅱ-(1). 돼지농장의 돼지들의 살처분 적법성 

가. 사안의 쟁점

 

  「가축전염범 예방법」 제20조(살처분 명령) 1항을 보면, 시장, 군수, 구청장은 제1종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가축전염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믿을 만한 역학조사 정밀검사 결과나 임상증상이 있는 가축의 소유자에게 그 가축의 살처분을 명하여야 한다고 나와있다. 다만, 여기에서 단서를 들어 그 가축이 있거나 있었던 장소를 중심으로 그 가축전염병이 퍼지거나 퍼질 것으로 우려되는 지역에 있는 가축의 소유자에게 지체 없이 살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시장, 군수, 구청장은 이러한 살처분 명령을 임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축전염범 예방법」 제20조의 2항을 살펴보면,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긴급히 살처분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가축방역관에게 지체 없이 해당 가축을 살처분하게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해 두었다. 이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의 2항은 동조 제1항에서처럼 가축소유자에게 살처분할 것을 임의적으로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가축방역관으로 하여금 실력을 행사하여 살처분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규정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강제처분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나. 행정상 즉시강제

 

  위 사례의 경우, 목전에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긴급히 살처분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미리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 없이 곧바로 실력을 가하여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행정상 즉시강제에 해당한다.

  판례에 의하면, 행정상 즉시강제는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큰 권력작용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강제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정상 즉시강제는 엄격한 실정법상의 근거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그 발동에 있어서는 법규의 범위 안에서도 다시 행정상의 장해가 목전에 급박하고, 다른 수단으로는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이어야 하며, 이러한 경우에도 그 행사는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함을 내용으로 하는 조리상의 한계에 기속된다(헌재 2000헌가12).

  이렇듯 판례의 취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행정상 즉시강제는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것이고, 행해지는 경우에도 그것이 법률에 근거하여 행해지는 것인지를 판단해보아야 한다.

 

다. 법률유보원칙

 

  법률유보원칙은 행정권 발동에는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의 근거를 요한다는 것이다. 근거 규범이 없으면, 행정기관은 자기의 판단에 따라 독창적으로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법률유보원칙은 위의 사례처럼 국민의 신체,재산에 실력을 가하는 침익적인 행정작용을 할수록 더욱이 법의 근거를 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법률유보원칙은 법률의 근거를 요한다는 점에서 법치주의의 적극적인 측면을 의미하기도 한다.

  법률유보의 범위에 대하여는 전부유보설, 침해유보설, 권력행정유보설, 급부행정유보설, 중요사항유보설 등 수많은 견해가 대립한다. 통설과 판례의 입장은 중요사항유보설을 택하고 있다. 즉, 국민과 관련된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항은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도 침해유보설에 가까운 것 같아보이나, 어떻게 보면 행정상 즉시강제의 수단으로 모든 돼지를 살처분한다는 것은 강호엄마의 재산적인 부분에 대한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항이기에 중요사항유보설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위의 사례가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였는지를 따져보자면, 위반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살처분 명령에 대해서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 제2항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라. 비례의 원칙

 

  나 에서 행정상 즉시강제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행정상 즉시강제가 행해질 때는 그 행사는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함을 내용으로 하는 조리상의 한계에 기속된다는 판례의 태도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위의 돼지 살처분의 판례가 조리상의 한계의 내용 중 하나인 비례의 원칙을 잘 지켰는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비례의 원칙은 어떤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그 목적달성에 유효, 적절하고 또한 가능한 한 최소의 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그 수단의 도입으로 인한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원칙이다. 비례의 원칙에서는 적합성, 필요성, 상당성 이 3가지 성질을 규정하고 있다. 적합성은 행정기관이 취한 행정작용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는 성질이다. 필요성은 목적달성을 위한 행정작용은 여러 적합한 수단 중에서도 그 상대방과 일반국민에 대하여 가장 적은 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한다는 성질이다. 마지막으로 상당성은 행정작용으로 인한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간에 상당한 비례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참새를 잡기 위해 대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는 말은 상당성 원칙을 잘 표현해준다. 이러한 내용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는 위헌,위법이 되며, 상대방은 행정소송이나 손해배상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마. 사안에의 적용

 

  비록 강호네 돼지농장은 구제역이 발생한 염소농장으로부터 3km내에 위치해 있었지만, 강호네 돼지농장의 돼지들을 전면적으로 살처분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행정상의 장해가 목전에 급박한 상황에 처하여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긴급히 살처분하여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돼지들을 모조리 살처분 하는 것이 아닌 선별적 살처분을 할 것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었다. 또한, 3km 내에 해당한다고 해서 무작정 모든 가축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표본 조사의 방식을 활용하여 농가별 구제역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조사를 일체 하지도 않고 곧바로 모든 돼지를 살처분 하였다는 점에서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고, 이는 곧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위의 살처분 행위는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Ⅱ-(2). 강호 엄마가 할 수 있는 행정소송법상 수단

가. 항고소송 

  우선적으로 돼지들을 살처분한 것이 항고소송의 대상으로서 처분성이 인정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앞서 Ⅱ-(1)에서 살펴보았듯이, 살처분은 가축전염병의 위해를 제거하기 위하여 국민의 재산에 실력을 가하여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시키려는 것으로서 행정상 즉시강제에 해당된다. 또한 법적인 효과의 발생을 의도하는 행위가 아니라 단순히 사실상의 결과실현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권력적 사실행위라고 할 수 있다. 권력적 사실행위는 어떠한 권리의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위와 같이 돼지들을 살처분 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권리의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현재 권력적 사실행위의 처분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항고소송을 할 수 있으려면 그 행위가 처분성이 인정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살처분은 권력적 사실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권력적 사실행위의 처분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판례의 입장을 살펴보자. 우리 판례에서는 이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판례는 없지만, 권력적 사실행위로 볼 수 있는 단수조치(대판 1985.12.24 84누598), 교도소 재소자의 이송조치(대판 1992.8.7 92두30) 등에 대하여 처분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권력적 사실행위는 행정행위는 아니지만 사실상의 강제력이 인정되므로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 이와 같은 법리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 살처분으로 재산적 피해를 입은 강호 엄마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살처분에 대해 다툴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협의의 소 이익

 

  하지만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것이 처분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무작정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져야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호 엄마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나올 수 있는 개념이 바로 협의의 소 이익이라는 것이다. 협의의 소 이익이란, 원고의 청구가 소송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할 만한 현실적인 필요성을 의미한다. 이 협의의 소 이익에 대해서는 행정소송법 제12조를 통해 알 수 있다. 행정소송법 제12조는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취소소송은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처분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라고 나와있다. 그 중 협의의 소 이익은 후문에 해당한다. 이를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소송에서 이겨도 무언가 얻어갈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소송을 하지 마라는 것이다. 분쟁을 통해 해결할 만한 현실적인 내용이 필요하다.

  어떠한 처분이 완료되지 않고 계속 중이라면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지만, 단시간에 집행이 종료되는 경우라면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돼지들을 살처분한 것은 이미 돼지들은 죽어서 다시 살려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 취소소송을 하여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는가가 문제된다. 다만 판례에 의하면 최근에는 행정소송법 제12조의 후문의 '법률상 이익'을 계속적 확인소송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익'이라고 보고 넓게 파악하여 원고적격보다 넓은 의미로 보고, 법률상 이익뿐만 아니라 부수적 이익도 포함된다고 보는 판례도 나오고 있다(대판 2006.6.22 2003두1684 전원합의체). 이러한 판례의 해석에 근거하여 돼지들이 살처분을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취소소송의 확정판결이 이후 국가배상사건에 대하여 가지는 기판력을 고려하여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Ⅲ. 매몰후보지 선정행위에 대한 소송 가능성

 

두번째 사례

두번째 사례는 첫번째 사례와 같은 사건이다. 첫번째 사례에서는 강호 엄마의 입장에서 살처분에 대해서 다툴 수 있는 수단을 알아보았다면, 두번째 사건은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살펴본 사례이다. 드라마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그 많은 염소와 돼지들을 어디에다가 묻었는지에 대해서 묻자, 그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염소는 농장 앞마당에 묻고, 돼지들은 감자밭에다가 묻었다" 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자 그것을 들은 사람이 "아이고, 감자밭 농사는 못 짓겠네" 라고 말한다. 드라마에서는 살처분이 이루어지고 돼지들을 땅에 묻는 매몰지로서 감자밭이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만 거론되었고,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따로 다루고 있지 않다. 필자는 이 장면을 보면서 감자밭의 주인이 감자 농사를 못 지어 재산상으로 피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이 매몰지 선정 행위에 대해 다툴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추가적으로 감자밭 주인의 사례 이외에 새로운 사람의 입장을 설정하여 사례를 구성해보고자 하였다.

(* 이 마을의 배경인 조우리 마을은 J군 안에 속해있다고 가정함.)

 

 

-(1). J군수의 매몰후보지 선정행위에 대한 취소소송의 가능성 검토

가. 사안의 쟁점

  첫번째 사례에서 살처분 명령은 시장, 군수, 구청장이 행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매몰 후보지 선정은 누가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 역시 「가축전염범 예방법」을 통해 알 수 있다. 「가축전염범 예방법」 제3조 제2항을 보면, 시장, 군수, 자치구의 구청장은 가축의 사체 또는 물건의 매몰에 대비하여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매몰 후보지를 미리 선정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라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매몰 후보지의 선정 역시 이 동네의 배경인 조우리 마을의 J군수가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감자밭 주인은 J군수의 매몰후보지 선정행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단, 여기에서 드라마와 다르게 한 가지 새로운 전제를 둘 것이 있다. 감자밭을 매몰후보지로 선정하였으나 실제로 매몰행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가정한 채로 사안을 들여다 보자.

 

나. 처분 등의 정의

 

  「행정소송법」 제19조에는 취소소송은 처분 등을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매몰후보지 선정행위가 과연 처분 등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를 보면, '처분 등'에 관하여 용어 정의를 해두었다. "처분 등"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 행정소송법상 처분의 개념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학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실체법적 개념설이다. 이는 행정소송법상 처분의 개념을 실체법상 행정행위의 개념과 동일하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취소소송이 위법해도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행정행위의 법적 효력을 소급하여 상실시키는 소송이라는 점에서 취소소송의 대상은 공정력을 가지는 법적 행위인 행정행위에 한하여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행위나 그 밖의 행정작용은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 다음은 쟁송법적 개념설이 있다. 이 쟁송법적 개념설은 행정소송법상 처분의 개념을 실체법상 행정행위의 개념보다 넓은 행정소송법상의 독자적인 개념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취소소송을 위법상태를 시정하거나 위법성을 확인하는 소송으로 해석하여, 행정행위뿐만 아니라 권력적 사실행위, 비권력적 사실행위라도 국민의 권익에 사실상의 지배력을 미치는 행위를 처분으로 본다.

 

다. 판례의 입장

 

  그렇다면 우리 판례에서는 처분 등의 개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판례는 행정소송법상 처분을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 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쟁송법적 개념설을 택한 것을 알 수 있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를 행정처분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추상적,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 및 취지와 그 행위가 주체,내용,형식,절차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행정처분으로서의 성립 내지 효력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와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대판 2007.6.14 2005두4397).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가지고 다시 사례를 들여다 보자. 실체법적 개념설의 입장이라면, 매몰후보지를 선정한다는 행위 자체가 어떠한 법적 행위도 아니고실 체법상으로 처분성을 가진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입장대로라면, 매몰후보지 선정을 처분 등으로 보기 어려워 감자밭 주인은 매몰후보지 선정행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판례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감자밭을 매몰후보지로 선정하게 되었고 이를 매몰후보지 선정 단계에서 다툴 수 없게 된다면, 이미 살처분이 행해져 돼지들이 감자밭에 매몰되고 나서야 다툴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은 감자밭 주인에 대한 적절한 구제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러한 상황은 결국 법치행정의 원리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판례의 취지를 고려하여 볼 때, 매몰후보지 선정행위는 처분성을 인정할 수 있고, 감자밭의 주인은 매몰후보지 선정행위에 대해서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 있게 된다.

 

 

-(2). 인근주민소송(인인소송)에서 다른 마을사람들의 원고적격

가. 문제의 제기

  Ⅲ-(1)의 다를 통해서 매몰후보지 선정행위는 처분성이 인정되어 이에 대해서는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취소소송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정소송법 제12조에서는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법률상 이익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앞서 Ⅱ-(2)의 나의 협의의 소 이익에서 알아보았다. 다시 한번 이 부분에 대한 판례의 태도를 보자. 판례에서는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당해 처분이 취소됨으로 인하여 법률상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얻게 되는 사람마니 제기할 이익이 있고 사실상이나 간접적인 관계만을 가지는 데 지나지 않는 사람은 이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법률상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얻게 될 수 없다면, 제기할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이때 감자밭의 주인 이외에 다른 마을 사람 중 한 명인 A가 있다고 해보자. A는 매몰후보지로 선정된 감자밭으로부터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A는 음용 지하수를 관정으로부터 끌여다 사용하고 있는데, 이 음용 지하수 관정이 감자밭과 50m 위치에 떨어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A와 그 주변 마을 사람들은 인근주민소송에 대한 법률상 이익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나. 개인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

 

  인근주민소송을 알아보기 이전에 우리는 개인적 공권에 대한 개념을 알고 갈 필요가 있다. 행정상 법률관계에서 개인이 자기 이익을 위해 행정주체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도록 공법상 개인에게 부여되어 있는 법적인 힘을 개인적 공권이라고 한다. 행정주체가 국민에 대하여 일정한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적 공권이라고 한다면, 개인적 공권은 그 반대편에서 국민이 국가, 공공단체 등에 대하여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행정소송법 제12조의 원고적격에서는 취소소송은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해 두었는데, 결국 행정소송법에서의 공권에 대한 논의는 "법률상 이익"을 중심으로 논의된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반사적 이익이란, 행정법규가 오로지 공익목적을 위해 행정작용을 규정한 결과 사인이 얻게 되는 사실상의 이익을 말한다. 반사적 이익 같은 경우, 그것이 침해된 경우에도 행정소송법상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권과는 구별된다.

  공권의 성립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행정주체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강행법규가 존재하여야 한다. 즉, 행정청의 행위가 기속행위의 성질을 가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공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관련법규가 개인의 사익보호를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 관련법규가 오로지 특정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경우는 물론 공익과 더불어 사익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사익보호성이 인정된다고 본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공권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 실질적 법치국가에서 개인의 지위가 현저하게 향상되었고, 이에 따라 개인적 공권의 영역이 대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반사적 이익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되었던 제3자의 이익에도 공권의 성립을 인정하는 경우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이 뿐만 아니라 재량행위 영역에서의 공권 성립도 확대되고 있는데, 재량행위의 경우 원래는 공권이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으나, 공권의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재량행위의 경우에도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이나 행정개입청구권과 같은 공권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제3자의 이익에도 공권의 성립을 인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배경 속에서 나오게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근주민소송(인인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다. 인근주민소송(인인소송)과 사안에의 적용

 

  인근주민소송이란, 특정인에 대한 수익적 처분이 인근주민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경우에 불이익을 받는 인근주민이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는 소송을 말한다. A는 인근주민소송으로서 자신의 법률상 이익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이 경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법을 해석하여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가축전염범 예방법 시행규칙」 제25조를 보면, 사체 등의 매몰기준에 대해서 기준을 제시해 놓았다. 제25조와 관련되어 있는 [별표 5]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먼저 농장 부지 등 매몰 대상 가축 등이 발생한 해당 장소에 매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해당 농장 부지 등이 매몰 장소로 적합하지 않거나, 매몰 장소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할 때에는 국 공유지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매몰 장소로 적합한 장소로는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별표 5] 가-3) 매몰 장소로 적합한 장소는 다음과 같다.

가) 하천, 수원지, 도로와 30m 이상 떨어진 곳

나) 음용 지하수 관정과 75m 이상 떨어진 곳

다) 주민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에 인접하지 않은 곳으로 사람이나 가축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곳

 

  이렇게 [별표 5]의 가),나),다)에 나와있는 장소를 매몰 장소로 적합한 장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A의 거주지와 A가 이용하는 음용 지하수 관정의 위치를 살펴보자. 우선 A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같이 지내고 있는데,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매몰후보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하였다. 우선, 다)에서는 주민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에 인접하지 않은 곳으로 매몰 장소를 선정할 것을 두고 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A와 마을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안겨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A가 이용하는 음용 지하수 관정은 매몰 후보지로부터 5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나)에서는 매몰 후보지를 음용 지하수 관정과 75m 떨어진 곳을 선정할 것을 두고 있으므로 법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추가적으로 법에서는 이와 같이 매몰 장소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 공유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국 공유지에 매몰할 것을 염두에 두지 아니하고 곧장 마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부터 인접한 곳에 매몰후보지를 선정한 것은 법치행정의 원리에 반한다.

  인근주민소송에서 종래 규제조항의 제한은 공익을 위한 것일 뿐 인근주민의 이익은 반사적 이익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해당 규제의 목적이 인근주민의 이익도 아울러 보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인근주민의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판례 또한 당해 근거법규 및 관계법규가 공익뿐만 아니라 인근주민의 개인적 이익도 보호하고 있다라고 해석되는 경우에는 인근주민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할 것을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A뿐만 아니라 그 마을 사람들은 법률상 이익을 인정받아 원고적격을 가지게 되어 인근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Ⅳ. 결어

  위와 같은 내용으로 드라마 「나쁜 엄마」를 통해 몇 가지 행정쟁송법적 내용을 알아보았다. 행정법적 시각을 가지고 드라마를 보다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행정법적 요소들이 우리 사회의 전반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어떠한 행정법적 주제를 한 가지 탐구하다 보면, 그에 대한 관련 내용이 계속해서 뿌리를 내려 또 다른 탐구할 점을 준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Ⅱ-(1)에서 돼지농장의 돼지들을 살처분 한 것에 대한 적법성을 탐구하면서 가축 살처분은 행정상 즉시강제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았는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행정상 즉시강제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법률유보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비례의 원칙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였고, 비례의 원칙 안에는 또 적합성, 필요성, 상당성 등의 성질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어떠한 큰 틀에서 그 내용에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방대한 양의 개념들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탐구에서는 행정법 안에서도 특히 행정쟁송법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자 하였다. 첫번째 사례에서는 행정쟁송법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항고소송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항고소송 안에서도 취소소송이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취소소송에 대해서는 두번째 사례에서 구체화하여 살펴보았으며, 추가적으로 인근주민소송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이번 탐구의 목적은 드라마 속의 사례 그 자체에 대해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위를 넘어서서 추가적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드라마에 나온 사례를 넘어서서 새로운 상황을 설정하였고, 그러한 상황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과 답을 도출하였다.

 

  행정법이라는 학문이 워낙 방대한 양의 개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한번에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드라마 속 사례를 바탕으로 큰 주제를 파고들다 보니 작은 개념들이 하나 하나 모여 큰 뼈대를 이루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평소에 행정법 과목이 어렵게 느껴졌던 입장으로서 이렇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어떠한 사례를 주제로 삼아 심도있게 파고드는 것도 하나의 좋은 공부 방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탐구는 행정법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심도있게 탐구해볼 수 있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행정법을 어떻게 공부해 나가야 할지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게 된 좋은 계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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